[사설] 한반도 평화 해법, 전면적 재구축이 필요해졌다

입력 2019-08-18 17:56   수정 2019-08-19 00:13

北, '평화경제' 면박하고 南 겨냥 '대량 살상무기 시위'
"한반도 문제 파트너는 남조선 아닌 미국" 못 박기까지
"진정성 알아주겠지…" 선의에 기댄 환상서 깨어나야



문재인 대통령이 광복절 경축사를 통해 밝힌 ‘한반도 평화경제’ 구상에 대한 북한의 반응은 정부가 남북한 간 화해와 공존의 전제로 삼았던 것들이 ‘오판(誤判)’이었음을 분명하게 드러내고 있다. 문 대통령은 ‘평화경제’가 북한이 핵이 아니라 경제와 번영을 선택할 수 있도록 대화와 협력을 계속해나가는 데서 시작한다고 천명했다. 자신의 임기 내에 비핵화와 평화체제를 확고히 해 2032년 서울-평양 공동올림픽을 개최하고, 늦어도 2045년까지 평화통일을 이루겠다는 비전도 제시했다.

하지만 북한은 이런 구상을 대남기구인 조국평화통일위원회 대변인 담화문을 통해 전면 거부했다. “삶은 소대가리도 앙천대소할(웃을) 노릇”이라는 독설보다 더 주목되는 것은 “남조선 당국자들과 더 이상 할 말도 없으며 다시 마주 앉을 생각도 없다”고 못 박은 대목이다. “조·미(미·북) 대화에서 어부지리를 얻어보려고 목을 빼들고 기웃거리고 있지만, 그런 부실한 미련은 미리 접는 것이 좋을 것”이라며 미국과의 ‘직거래’ 방침도 분명히 했다.

남쪽과의 대화와 협력을 거부하는 이런 언동보다 더 심각한 것은 점점 노골화하고 있는 군사적 위협이다. 엊그제 휴전선에서 북쪽으로 불과 50㎞ 떨어진 곳에서 최장 500㎞의 사거리(射距離)를 가진 것으로 추정되는 대량 살상용 미사일을 발사한 것은 특히 심각하다. 이 무기는 미국이 개발한 ‘에이태킴스(ATACMS: 전술 지대지 미사일)’보다 성능을 강화한 것으로 관측됐다. ‘에이태킴스’는 단 한 발로 축구장 3~4개 크기의 면적을 초토화할 수 있는 가공할 살상병기다.

김정은은 발사지역에서 230㎞ 떨어진 동해상의 바위섬을 정확하게 타격하는 과정을 지켜보고는 주먹을 불끈 쥐었다고 북측 언론이 밝혔다. 명백하게 대한민국 전역을 사거리로 삼은 초토화 공격용 무기 실험을 주재하면서 주먹까지 불끈 쥐었다는 게 무엇을 의미하는지는 부연 설명이 필요치 않을 것이다.

북한이 올 들어 여덟 번 발사한 미사일들의 잠재적 표적이 대부분 대한민국의 전략적 거점들이란 점도 북한의 위협이 말로 그치지 않을 것이란 점을 보여준다. 동해상으로 쏜 미사일들의 사거리를 발사지점에서 남쪽으로 적용해보면 예상 타격지점이 충남 계룡대(5월 9일), 평택 미군기지(7월 31일), 성주 사드(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 기지(8월 6일) 등과 거의 일치한다.

상황이 이런 지경인데도 정부는 북한에 대한 기대와 미련을 버리지 않고 있다. “(북한의 발언은) 남북관계 발전에도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게 정부가 16일 내놓은 공식 입장이었다. 나중에 통일부 관계자가 “북한이 우리에게 험담을 한 것에 대해 깊은 유감을 표한다”라고 했지만 이는 백그라운드 브리핑(익명보도를 전제로 한 설명) 형식을 취한 것이어서 ‘북한 눈치보기’라는 지적이 적지 않다.

정부의 이런 반응과 자세는 국민 전체가 조롱받고 위협받는 현실로 볼 때도 적절하다고 할 수 없다. 문 대통령이 경축사에서 ‘누구도 흔들 수 없는 나라’를 만들겠다고 했지만, 국민은 북한의 온갖 조롱에 모멸감을 느끼고 강도를 높여나가는 무력시위에 안보를 걱정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정부는 냉엄한 현실을 직시하고 ‘대북(對北) 환상’에서 벗어나야 한다. 한반도에 진정한 평화와 번영을 이루는 길이 무엇인지를 원점에서부터 재검토하고, 해법을 다시 마련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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